배우 최민식, 류승룡과 ‘피에타’ 김기덕 감독이 개념소감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일 배우 최민식, 류승룡과 김기덕 감독이 오후 8시5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무대 위에 올라 소신있는 수상소감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이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는 올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이었던 ‘완득이’ 김윤석, ‘부러진 화살’안성기,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범죄와의 전쟁’ 하정우를 제친 결과였다.

최민식은 수상 후 무대에 올라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얼마 전 기사를 읽었다. 오늘도 기사를 봤다. 오늘 잔칫날이지 않나. 영화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잔칫날이다. 기분 좋은 날이지만 마음 한 구석이 굉장히 무겁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민식은 더욱 무거운 목소리로, "주제넘게 한 마디 하겠다. 어떤 동료 감독이 자기 자식 같은 작품을 스스로 죽이는 모습을 봤다. 우리는 주류에서 화려한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우리 동료 감독 누구는 쓴 소주를 마시며 비통해하고 있을 거다"며 "상업 영화든 비상업영화든 간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잔칫날에 그러한 동료가 없어야겠다. 제도적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할 시점 같다. 주제넘게 한 마디 했다"며 우리나라 영화계에 쓴 일갈을 전했다.

최민식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8일만에 종영 선언을 한 '터치' 민병훈 감독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유준상 김지영 주연의 영화 ‘터치’는 지난 11월 8일 개봉했지만 서울 상영관 1개로 충격적인 시작을 했으며 이마저도 ‘퐁당퐁당’ 상영하는 교차 상영으로 감독과 배우, 제작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는 한국 영화계가 1억 관객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대비되는 고질적인 영화계 문제로서 쓴소리를 가한 것이다.

이어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류승룡은 12월 19일 대선을 염두에 둔 개념발언을 했다. 이날 청룡영화제의 분위기메이커였던 류승룡은 해맑게 웃으며 무대에 올라 감격에 겨운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가족끼리 소통했던 영화였고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국민과의 소통을 한 영화였다"며 "얼마 안 있으면 큰 소통을 해야 할 시간이 온다. 소통을 정말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다. 국민 모두가 ‘킹메이커’가 되게끔 해달라"는 개념 소감을 남겼다. 그가 ‘광해’에서 킹메이커 허균 역을 맡은 것에 비추어, 다가오는 대선에 국민들의 투표를 각성하는 발언을 한 것이었다.

또한 이날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피에타’ 김기덕 감독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객석 맨 뒤에서 한참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여배우 조민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는 스태프가 25명이고 제작비가 1억 원이었다. 그리고 촬영 일수가 10일이었다. 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던 건 영화의 팔다리가 돼준 스태프들과 뜨거운 심장이 되어준 배우들 때문이다”라면서 “돈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식, 류승룡과 김기덕 감독의 이 같은 개념소감은 영화계의 현실과 정치를 아우르는 소신있는 수상소감으로, 쉬쉬하고 감춰뒀던 음지의 이야기들을 꺼내 공론화했다는 점에 ‘수상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을 받으며, 청룡영화상이 끝난 뒤로도 이들의 발언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2. 15:10